영암 금정 대봉
가을 단풍이 들때면 형형색색 자태를 뽐내고 있는 단풍보다도 소나무에 물들어 있는
노란 단풍을 올려다 봅니다.
바람불면 우수수 떨어져 나무밑에 가득 쌓여 있을 갈퀴나무들...
엊그제 집안 시제가 있어 옆지기와 가던길에 우연히 고개를 돌렸는데 도로변 옆에
노랗게 물든 소나무 단풍이 소복히 쌓여 있더군요.
얼마나 정겹던지.
일상속에서 접하고 볼 수도 있었을텐데 그날은 저 멀리 유년도 아닌 동심의 세계로
빠지고 말았습니다.
어느날 추수도 끝나고 오싹오싹 추위도 느끼는 늦가을 바람이 세차게 밤새내 불더군요.
이른 아침 동틀 무렵 엄마는 갈퀴와 새끼줄을 가지고 나갈 채비를 하고 계셔서 저도
따라 갔습니다.
동네 뒷산에 이르자 발디딘 곳마다 노랗게 소복히 쌓여있는 소나무 단풍들 다시말해
갈퀴나무가 지천에 깔려 있더군요.
아무 정적이 없을 시간에 우리보다 더 빨리 오는 동네분들이 갈퀴로 긁느라 서로
혈안이 되어 있더군요
먼저 서로 영역표시를 하기 위해 작업하기 좋은 곳을 갈퀴로 대충 조금씩 긁어 이곳은
내 구역임을 표시하는 작업을 합니다.
그런 다음 본격적으로 나무를 긁어 모읍니다.
다 모아진 나무들을 한 곳에 모아 새끼줄로 둥치를 크게 만들어야 하는데 대충 만들면
가는도중 무너지고 맙니다.
이것도 요령이 있는데, 갈퀴로 찹찹이 채서 네모만한 방석을 만들어, 좌우가 겹치도록 만들어
새끼줄로 동한 다음, 아주 먼 거리를 머리에 이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날은 차곡히 쌓인 나무둥치를 보면서 안먹어도 배불려 옵니다.
동네 친구 언니들과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으로 나무하러 가면, 나무는 대충 해놓고
산에서 나는 열매들 따먹고 술래잡기 하고 그리고 편을 갈라 돌놀이도 하며 그렇게
재미있게 놀았었는데...
이제 불혹의 나이가 되어 친구 언니 하나둘 동그란 얼굴 그려보지만 대답이 없네요.
내 삶이 뒤돌아 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이 무상하기만 합니다.
불집혀 생활하던 시절에는 나무중 의뜸으로 쳐주는 건 갈퀴나무였는데, 그것으로 불을 때면
온돌방이 오래도록 쩍쩍 끓어 그날밤은 달콤한 꿈나라로 가곤 했죠.
요즘은 인위적으로 만든 참숯 온돌방 같은 곳에 가면 참숯냄새가 코끝으로 전해져 오는
그 은은한 향을 저는 좋아합니다.
이제 우리는 문명의 중심에 서있습니다.
문화를 추구하고 보다 편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따라가고 있지만
피해자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예전에는 비만이란 것이 있었을까요.
아이들 아토피아와 비염과 같은 환경에 오는 병들을 우리도 겪고 있지만 아들 딸들에게
안겨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던 어린시절에는 오염원이 없는 낙원이 있었는데...
그 진한 향수가 묻어나는 그때 그시절이 가시나무새 너무나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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