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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생활/가시나무새하루

[스크랩] 그때 그 시절 갈 수만 있다면...

by 시골나기 2009. 9. 17.

 

              영암 금정 대봉

 

  가을 단풍이 들때면 형형색색 자태를 뽐내고 있는 단풍보다도 소나무에 물들어 있는

노란 단풍을 올려다 봅니다.

바람불면 우수수 떨어져 나무밑에 가득 쌓여 있을 갈퀴나무들...


엊그제 집안 시제가 있어 옆지기와 가던길에 우연히 고개를 돌렸는데 도로변 옆에

노랗게 물든 소나무 단풍이 소복히 쌓여 있더군요.

얼마나 정겹던지.

일상속에서 접하고 볼 수도 있었을텐데 그날은 저 멀리 유년도 아닌 동심의 세계로

빠지고 말았습니다.


어느날 추수도 끝나고 오싹오싹 추위도 느끼는 늦가을  바람이 세차게 밤새내 불더군요.

이른 아침 동틀 무렵 엄마는 갈퀴와 새끼줄을 가지고 나갈 채비를 하고 계셔서 저도

따라 갔습니다.

동네 뒷산에 이르자 발디딘 곳마다 노랗게 소복히 쌓여있는 소나무 단풍들 다시말해

갈퀴나무가 지천에 깔려 있더군요.

 아무 정적이 없을 시간에 우리보다 더 빨리 오는 동네분들이 갈퀴로 긁느라 서로

혈안이 되어 있더군요


먼저 서로 영역표시를 하기 위해 작업하기 좋은 곳을 갈퀴로 대충 조금씩 긁어 이곳은

내 구역임을 표시하는 작업을 합니다.

그런 다음 본격적으로 나무를 긁어 모읍니다.

다 모아진 나무들을 한 곳에 모아 새끼줄로 둥치를 크게 만들어야 하는데 대충 만들면

가는도중 무너지고 맙니다.

이것도 요령이 있는데, 갈퀴로 찹찹이 채서 네모만한 방석을 만들어, 좌우가 겹치도록 만들어

새끼줄로 동한 다음, 아주 먼 거리를 머리에 이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날은 차곡히 쌓인 나무둥치를 보면서 안먹어도 배불려 옵니다.


동네 친구 언니들과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으로 나무하러 가면, 나무는 대충 해놓고

산에서 나는 열매들 따먹고 술래잡기 하고 그리고  편을 갈라 돌놀이도 하며 그렇게

재미있게 놀았었는데...

이제 불혹의 나이가 되어 친구 언니 하나둘 동그란 얼굴 그려보지만 대답이 없네요.

내 삶이 뒤돌아 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이 무상하기만 합니다.


불집혀 생활하던 시절에는 나무중 의뜸으로 쳐주는 건 갈퀴나무였는데, 그것으로 불을 때면

온돌방이 오래도록 쩍쩍 끓어 그날밤은 달콤한 꿈나라로 가곤 했죠.

요즘은 인위적으로 만든 참숯 온돌방 같은 곳에 가면 참숯냄새가 코끝으로 전해져 오는

그 은은한 향을 저는 좋아합니다.


이제 우리는 문명의 중심에 서있습니다.

문화를 추구하고 보다 편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따라가고 있지만

피해자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예전에는 비만이란 것이 있었을까요.

아이들 아토피아와 비염과 같은 환경에 오는 병들을 우리도 겪고 있지만 아들 딸들에게

안겨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던 어린시절에는 오염원이 없는 낙원이 있었는데...

그 진한 향수가 묻어나는 그때 그시절이 가시나무새 너무나 그립습니다.

출처 : [Daum우수카페]귀농대학/귀농사모
글쓴이 : 가시나무새2008 원글보기
메모 :  가시나무새2008
누구나 겪었을 그때 그 시절 추억에 한페이지 하나씩 풀어 보시면 어떨까요. 다양한 소재의 아름다운 일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저는 요즘 옛날이 너무나 그리운것 있죠. 나이탓일까 가을탓일까 저는 후자인 것 같습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가시나무새 무지 가을타고 있나봅니다. 08.10.31 00:06
아마도 남성호르몬이 풍부해져서리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또 봄되문 어쩌실려구요 08.10.30 18:59
걍 타임머신 맹글어 타고 훌쩍 댕겨오시오. 08.10.30 19:35
또 봄이 오면 봄바람에 취하게 되겠죠. 08.10.31 20:24
 
와~우!!! 예술이네요.. 가을 바람 좋아유~~오대로 훌쩍 떠나세요.. 08.10.30 18:26
한 번 훌쩍 떠나고 싶은데 대봉감이 저를 놔 주지 않는군요. 어이하라구... 08.10.31 20:16
 
부모님 계시던 그산중이 싫어서 갈때마다 투덜투덜 거리던 소녀가 여기도 있답니다..부모님 안계셔 이제야 철이 드는지~~~그산중이 그립고 보고싶어 주말이면 반~이상을 그곳에 머물고 있답니다~~~그리운 내가 자란곳 말입니다.. 08.10.30 19:02
나이가 들수록 고향이 그리워지고 옛날이 그리운 건 향수 때문일 거예요 08.10.31 20:17
 
제가 이 오염되어가는 자연계를 되살리는 시스템을 연구하는 일을 합니다. 그런데 이 사회가 혈연, 지연, 학연중심의 세상이라 아마도 저는 다른 길을 가야될듯하네요. 08.10.30 19:37
어느 길을 선택하시게요. 08.10.31 20:25
 
갈퀴나무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정겨운 말이네요. 솔가리 애써 긁어 한짐 짊어지고 집에오면 상감님이 오늘 딱 걸렸다는 반갑지 않는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어 손발이 닳도록 빌고 빌어보지만 용서는 없었습니다. 나무로 불지피던 그 때 상감님이 제일 무서웠던 그 시절이 저에게도 있었나 봅니다.^^ 08.10.30 22:17
저도 보았는지 들었는지 지금의 산림청 비슷한 곳에서 단속나오는 것 같아요. 그것은 가물가물 하지만... 무서운 존재였다고 하더군요. 08.10.31 20:21
 
향수는 코끝에 걸리고.. ..입술은 달콤한 대봉 홍시에 젖혔네.. 08.10.31 06:53
대봉홍시 당도 만점 꿀처럼 맛있어 그 맛 끝내줘요. 영암금정 대봉감 홍보대사 아줌마였습니다. 08.10.31 20:22
 
글 읽어보니 옛추억이 떠오르네요 ~ 저 국민학교 다닐때 목포에서 중등포 ~임성으로 ..아버지랑 ~리어카 끌고 밀고~ 갈퀴나무 해왔던 생각이 납니다 ~ 지금은 아련한 추엌 입니다 ~ 08.10.31 17:54
앤러브님도 해보셨군요. 그때는 나무하는 것이 힘들었는지 모르지만 그 추억이 달콤한 그리움처럼 다가옵니다. 08.10.31 20:24
 
감 사진이 예술입니다. 08.11.01 04:32
대봉감은 자르면 예쁘게 조각이 납니다. 08.11.01 10:44
 
뭔가 했네요 감..먹음직 스럽게 생겻어요 08.11.01 07:17
맛있습니다. 영암금정 대봉감의 특징은 속살이 가득차고 맛 또한 끝내줘요. 08.11.01 10:44